중동 전쟁 격화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우려에 유로화 가치가 달러 대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 대비 0.6% 하락한 1.1446달러에 거래되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유로화의 연초 대비 하락률은 2%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이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주요 10개국(G10) 통화 모두에 대해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유가 100달러 돌파 상황 속에서의 유로화 약세는 유럽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점을 드러낸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악화해 유로화 가치에 타격을 주는 구조다. 단기금융시장은 지난 2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내 금리 인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다가 최근 연내 2회 인상을 전망하는 쪽으로 바뀌었지만, 유로화 약세 흐름을 막지 못했다. 이는 금리 인상 기대감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반면 달러는 국제 원유 거래의 기축통화인 데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강세 요인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관측이 후퇴한 점도 달러 가치를 밀어 올렸다. 스와프 시장에서 예상하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폭은 16bp(1bp=0.01%포인트)에 불과한 수준으로 축소됐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주로 예정된 ECB 정책회의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위기 대응 방안을 주시할 전망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주 초 이란과의 전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와 같은 인플레이션 충격을 유로존에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레디 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G10 외환 리서치 전략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ECB는 금리를 동결하고 최근 에너지 가격 동향이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강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ECB가 시장의 매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유로화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현재 시장이 반영하는 수준의 금리 인상 전망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