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격화로 신흥국 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연초부터 이어진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
13일 로이터통신은 금융정보업체 EPFR 자료를 인용해 지난 11일까지 한 주간 글로벌 신흥시장 펀드에서 11억달러(약 1조5840억원)가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전 주 32억달러(약 4조6080억원)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된 것이다. 5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하던 신흥국 주식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도 주춤했다.
이번 자금 이탈은 이란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국제 유가 급등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회피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란의 새 지도부가 주요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폐쇄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바클레이즈의 안드레아스 콜베 신흥시장 크레딧 리서치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신흥시장 크레딧은 2월 시장 혼란에도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이 있었지만 중동 사태와 유가 급등이 '골디락스' 환경을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우려로 빠르게 전환시켰다"고 지적했다. 골디락스는 약달러, 코로나19 이후 개혁, 견고한 중앙은행 정책 등으로 신흥국이 이상적인 투자 환경에 놓여있던 상황을 의미한다.
다만 단기적인 자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신흥국 채권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렉스의 맷 보겔 신흥시장 전략 책임자는 "이번 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신흥시장 채권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10억달러(약 30조24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들은 1년 넘게 주식, 채권, 통화 등 모든 자산이 예상을 뛰어넘는 랠리를 즐겨왔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세계 경제의 회복력과 물가 압력 완화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금리 인하) 움직임이 중단됐으며 랠리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씨티의 루이스 코스타 애널리스트는 "상당한 역풍으로 인해 신흥시장 자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며 "모든 것은 에너지 가격 압박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