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으나,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해상에 발이 묶인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의 구매를 30일간 허용하는 제재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3월 12일 이전에 선적된 물량에 한해 4월 11일 자정(미국 워싱턴 시간 기준)까지 유효하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약 1억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는 전했다.

미국의 결정에 유럽 동맹국들은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는 어떤 움직임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7개국(G7) 중 6개국이 이것이 올바른 신호가 아니라는 매우 분명한 의견을 표명했다"며 "현재 가격 문제가 있지만 물량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역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앞서 비슷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마이클 생크스 영국 에너지부 장관도 "러시아 제재를 전혀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결정을 환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조치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 점에 있어서 우리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의 상당량 없이는 시장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나왔다. 이란 사태로 주요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이 마비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상 최대의 석유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칠 타격을 우려한 백악관의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이번 제재 완화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 이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태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으며 일본도 구매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이번 조치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인도 등 아시아 구매자에게 향하던 물량의 운송 완료를 돕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