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현상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AT1) 시장은 이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향후 재매수가 어려울 것을 우려해 기존에 보유한 AT1 채권을 팔지 않으려는 '매수 후 보유' 전략을 고수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T1 채권은 과거 금융시장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매도 대상이 됐지만, 최근 몇 년간 높은 수익률 덕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금융산업규제국(FINRA)의 채권거래정보시스템(TRACE) 데이터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AT1 채권은 미국 달러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채권 1000개 목록에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리처드 호지스 노무라자산운용 글로벌다이나믹본드펀드 매니저는 "내가 보유한 AT1 채권을 팔면 다시는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높은 리셋 스프레드를 가진 채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라보자산운용의 파티마 루이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트럼프 관련 헤드라인에 따라 거래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장기 신용 위험에 대해 상당히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며 AT1 채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T1 채권은 지난 2년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용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처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는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당시 170억달러(약 24조4800억원) 이상의 채권이 상각 처리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달 들어 블룸버그 AT1 지수는 미국 달러 헤지 기준 1.6% 하락했지만, 이는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 지수보다는 양호한 성과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 개인은행 UBP(Union Bancaire Privee)는 지난주 "예방적 조치"로 AT1 채권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UBP는 기록적으로 낮은 스프레드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경우 가격 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최근 300억달러 규모의 사모 신용 익스포저를 공개하면서 AT1 채권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개별 은행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파엘 튀앵 티케하우캐피탈 자본시장전략 책임자는 "만약 AT1 채권의 대규모 매도가 나타난다면 이는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시장 움직임은 질서정연하다"고 평가했다.
분쟁 지역과 가까운 걸프 지역 은행들이 발행한 AT1 채권 역시 국가의 명시적·암묵적 지원에 힘입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팔면 다시 못 산다"…AT1 채권, 지정학적 위기에도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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