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핀테크 플랫폼 토스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사업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발표 직전 대규모 환율 오류 사고가 발생해 플랫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선언이어서 향후 추진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가상자산 전문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서창훈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매니징 디렉터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2024 블록체인 밋업 컨퍼런스(BCMC)'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서 디렉터는 '머니 3.0: 토스가 여는 다음 시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토스는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발행을 모두 추구하고자 한다"며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를 위한 기초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는 스테이블코인을 신사업이 아닌 기존 금융 인프라의 '업그레이드'로 규정했다. 과거 수수료 없는 송금 서비스로 은행권에 도전장을 냈던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중개자를 없애고 발행 및 국경 간 결제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토스는 현재 3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은행, 증권, 결제 라이선스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토스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토스뱅크는 2026년 말까지 약 50만대, 2027년까지 70만대의 결제 단말기를 보급해 소매 유통망에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빅테크들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쿠팡의 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핵심 업무로 명시한 법무 담당자 채용 공고를 냈다. 카카오는 자체 블록체인 '카이아'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며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법안의 세부 쟁점인 발행사 지분 소유 한도와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은행의 51% 지배구조' 관철 여부 등은 아직 미정이다.
문제는 야심찬 계획과 달리 플랫폼의 신뢰도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토스뱅크는 BCMC 발표 이틀 전인 지난 10일, 약 7분간 엔화 환율을 실제의 절반 수준으로 잘못 표시하는 사고를 냈다. 이로 인해 약 279억3600만원 규모의 비정상적 거래가 발생했으며 토스뱅크는 약 99억36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즉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토스에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현지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토스의 기술적 신뢰성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책임지겠다는 토스의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뢰도 문제는 비단 토스만의 과제는 아니다. 국내외 다수의 빅테크 및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과거 해킹, 개인정보 유출, 전산 오류 사태 등으로 투자자와 사용자의 신뢰를 잃은 바 있어, 기술 안정성과 보안은 산업 전반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결국 토스의 비전과 실행력 사이의 간극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7분간의 환율 오류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과연 성공적으로 구축·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