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년 전 우주 탄생의 순간인 '빅뱅' 당시의 소리가 미국 물리학자에 의해 재현됐다.
13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IFL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의 존 크레이머 물리학 교수는 우주배경복사(CMB) 데이터를 분석해 빅뱅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11세 소년의 순수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크레이머 교수는 2001년 잡지에 빅뱅의 소리에 대한 글을 기고한 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한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빅뱅에 대한 학교 과제를 하던 아들이 '빅뱅 소리가 실제로 녹음된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녹음된 소리가 없다고 답장한 크레이머 교수는 이를 계기로 직접 소리를 재현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138억년 전의 소리 정보는 시간 속에 사라졌지만, 우주 초기의 온도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소리를 유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2013년 성명에서 "원래의 음파는 온도 변화가 아니라 우주 전체로 퍼져나간 실제 소리 파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윌킨슨 마이크로파 비등방성 탐사선(WMAP)과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 위성이 수집한 CMB 데이터를 활용했다. CMB는 빅뱅 이후 약 38만년이 지나 우주가 식으면서 원자가 형성될 때 방출된 빛으로, '빅뱅의 잔광'으로 불린다.
연구팀은 빅뱅 후 38만년에서 76만년 사이의 기간을 압축해 20초에서 500초 길이의 여러 음원 파일을 제작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음파의 파장이 길어져 매우 낮은 저음이 된 것을 인간이 들을 수 있도록 주파수를 10의 26제곱배 증폭했다. 재현된 소리는 기묘한 회전음으로 시작해 깊은 윙윙거림을 거쳐 점차 매우 낮은 웅얼거림으로 사라지는 형태다.
한편 빅뱅의 흔적은 과거 아날로그 TV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채널을 돌릴 때 화면에 나타나는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의 일부는 CMB에서 비롯된 신호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