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경제 전문가 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넘는 67명이 ECB가 올해 말까지 예금금리를 현 수준인 4%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상황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는 한때 70% 가까이 급등했으며 현재도 약 45%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는 팬데믹 기간의 생활비 위기를 상기시키며 유로존의 물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ECB 정책 결정자들 역시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위협을 인지하고 물가 상승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일 경우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시사했다. 시장은 이미 긴축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40bp(1bp=0.01%포인트) 급등했으며,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오는 7월 말까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연말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도 55%로 점쳐진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 전문가는 금리 동결 관측을 고수했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매크로 헤드는 "ECB가 당황할 이유는 아직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며 "유가 상승과 공급망 마찰이 단기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에너지 위기로 번질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충격을 반영해 전문가들은 올해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1.9%를 기록했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다음 분기 평균 2.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달 전망치 1.9%에서 오른 수치다. 올해 전체 평균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1.8%에서 2.0%로 높아졌다. 전쟁 발발 이후 달러 대비 약 3% 하락한 유로화 약세도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마크 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2022~2023년의 인플레이션 충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4년은 2022년과 다르지만, 인플레이션 지속성의 위험은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로존의 성장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지난해 4분기 0.2% 성장한 유로존 경제는 올해 내내 0.3~0.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과 2025년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2%, 1.4%로 지난해 8월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 ECB는 오는 19일 수정된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