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이 미국을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WBC 개막 라운드 4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3대 무패팀으로 남게 됐다. 특히 야구 강국 미국을 상대로 8-6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탈리아팀의 선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선수 구성에 있다.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이탈리아에서 야구는 비주류 종목이다. 이 때문에 대표팀 명단에는 이탈리아 본토 출신 선수가 단 3명뿐이며, 대부분 미국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메이저리거 및 유망주들로 채워졌다.
선수들은 이탈리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팀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 홈런을 친 선수는 더그아웃에서 바로 내린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홈런 타자는 아르마니 재킷을 걸치고, 주장 비니 파스콴티노는 양 볼에 입을 맞추며 축하를 마무리한다.
이 외에도 선수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손가락을 모으는 이탈리아 특유의 제스처를 사용한다. 클럽하우스에는 파르메산 치즈와 올리브 오일이 비치돼 있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에게는 와인이 수여된다. 마르코 마치에리 이탈리아 야구소프트볼연맹 회장은 "선수들 모두 이탈리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팀의 중심에는 주장인 비니 파스콴티노가 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소속 1루수인 그는 팀의 간판 타자이자 비공식 선수 모집 담당자다. 그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WBC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했으며, 홈런 후 에스프레소 세 잔을 모두 마셨다.
이탈리아 야구팀의 선전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의회에서 야구팀의 성공을 언급했으며,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우리가 야구에서 미국인을 이겼다"고 대서특필했다.
선수들은 대부분이 실제 이탈리아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탈리아 내 야구 인기가 높아져, 미래에는 자신들과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 선수 없이 대표팀이 꾸려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프란시스코 서벨리 감독은 "우리는 커피를 즐기며 이탈리아 국기를 매우 높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