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중동 전쟁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 급등과 무역로 교란 등 경제적 충격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세안 외교·경제 장관들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중동 위기 상황과 그 파급 효과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이란 분쟁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
마리아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동 상황과 역내 영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아세안은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에너지 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길목이다.
아세안 11개 회원국 경제 장관들은 별도 회의 후 성명을 통해 "격화하는 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핵심 해상 및 공급망 경로를 교란하는 등 역내를 넘어 광범위한 경제적 파장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회원국들은 이미 에너지 절약, 국내 시장 안정, 관광 등 취약 부문 보호를 위한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동 산유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검토 중이라고 라자로 장관은 덧붙였다.
경제 장관들은 글로벌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 추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들은 공급망 회복력 강화,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역내 협력 심화가 경제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