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발발로 촉발된 유럽 금리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매매가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유가가 급등하자 인기 있던 투자 전략들이 대거 청산되면서 유럽 금리 시장이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월요일 주요 유로 금리 스와프 커브가 역전됐다가 몇 시간 만에 정상화되고, 영국 중앙은행(BOE)의 금리 정책 전망이 인하에서 인상으로 급변하는 등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복수의 브로커와 펀드매니저들은 헤지펀드가 변동성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차입금에 의존해 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전략과 시장 불안 시 공격적인 손절매에 나서는 경향이 이번 시장 충격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톰 프리켓 씨티그룹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G10 금리 거래 책임자는 "지난 몇 년간 투기적 투자자 집단의 확장이 집중된 위험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포지션 청산이 금리 변동과 변동성 확대에 확실히 한몫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전자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서 유럽 국채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헤지펀드가 차지했으며 이는 2018년의 약 25%에서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제프리스는 전쟁 전 가장 인기 있던 투자처 중 하나였던 영국 단기 금리에 대한 헤지펀드 포지션이 현재는 거의 청산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규제 당국 역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헤지펀드의 역할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평상시에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제히 위험자산 축소에 나서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이저 런디 아비바 인베스터스 글로벌 채권 대표는 "여러 운용사가 유사한 투자 기간, 손절매 기준, 단기 자금 의존도를 가진 전략을 운영한다"며 변동성이 커지면 "개별적으로는 분산된 것처럼 보이는 포지션들이 위험 한도에 도달하는 순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움직일 수 있고, 이는 단기적인 움직임을 증폭시킨다"고 설명했다.
반면 헤지펀드 업계를 대변하는 미국운용펀드협회(MFA)는 헤지펀드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다. 질리언 플로레스 MFA 최고옹호책임자는 "헤지펀드는 국채 시장의 깊이와 효율성을 높여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된 것이 발단이 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다시 고려하게 됐고, 기존 투자 전략들이 대거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대규모 손절매를 촉발했다.
이번 변동성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금리 재조정은 펀더멘털보다 포지션에 의해 주도됐다"며 현재의 금리 상승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