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금융시장에 강한 역풍이 불고 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공격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기피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일본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물가 상승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 금융시장부의 카이다 카즈시게 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에너지 공급이 끊길 경우 가장 취약한 경제 주체는 에너지 자원이 없는 일본과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말까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기대감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 재정 정책에 힘입어 세계 주요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냈던 일본 증시는 이란과의 전쟁 발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시장 중 하나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과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18~19일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주요 변수다. 시장은 정책 동결을 예상하지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떤 인식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시장은 6월까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90% 수준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연내 2회 금리 인하 관측이 사라졌고, 유로존과 호주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차이는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리히텐슈타인 VP뱅크의 토마스 루프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일본 내 물가에 빠르게 전가돼 3월 이후 인플레이션율이 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확장 재정 정책 하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정상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급등을 원치 않아 전쟁을 조기 종식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위협론, 프라이빗 크레딧(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우려 등도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