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위 자동차 기업 혼다가 미국 시장 전기차(EV)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고 약 22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처리하기로 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혼다는 전날 미국 내 전기차 사업을 재편하고 중국 사업 일부의 가치를 상각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인한 손실액은 2조5000억엔(약 22조6000억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혼다는 상장 약 7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혼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이후 수요가 급감한 미국 시장에서 출시 예정이던 배터리 기반 신차 3종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취소된 모델은 지난 2024년 1월 CES에서 공개했던 '혼다 0 시리즈'의 세단 '살룬'과 '혼다 0 SUV', 그리고 고급 브랜드 '아큐라 RSX'다.
이번 대규모 손실 처리는 혼다가 전기차 시장에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생산 능력을 투자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혼다의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340만대 중 전기차는 약 8만4000대로 2.5%에 불과했다. CLSA의 크리스토퍼 리히터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혼다가 트럼프 재집권 이후 투자에 제동을 거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출시 직전에 프로젝트를 취소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혼다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공급업체 보상 비용 등으로 최대 1조7000억엔의 현금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카이 도쿄 인텔리전스 랩의 스기우라 세이지 선임 애널리스트는 "손실 처리 규모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양산 직전 단계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의 전략 수정과 더불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혼다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들에 비해 개발 주기가 길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에서 뒤처져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혼다는 지난해 약 67만7000대를 판매했지만, 이 중 전기차는 1만7000대에 그쳤다. 이는 중국 내 판매량의 2.5%에 불과하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모닝스타의 빈센트 선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혼다의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평가했다.
혼다는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도 시장에서 라인업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소니 그룹과 함께 개발 중인 전기차 '아필라'의 합작 벤처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