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오일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재원은 국채 발행 대신 초과 세수를 활용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구 부총리는 "정부의 현재 최우선 과제는 단기적으로 중동 정세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 전쟁으로 중동 전역의 석유 공급망이 위협받으며 국제 유가가 이번 주 한때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의존도를 가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유류비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정유사의 휘발유·경유·등유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두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약 30년 만에 처음 시행되는 조치다. 구 부총리는 가격 상한제로 정유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이번 추경 재원을 신규 국채 발행이 아닌 초과 세수로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채권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에 가해질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세수는 전년 동월 대비 약 6조원 증가했다. 오는 4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3개월분의 증수분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구 부총리는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의 달러 부족이 아닌 중동 전쟁과 관련된 지정학적 긴장이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 부총리는 한국 국채의 FTSE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해외 자금 유입과 국민연금공단의 새로운 환헤지 전략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중동 위기로 인한 최근 주가 하락은 '정상화' 과정의 일부로, 아직 추가 조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책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