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발발로 아랍에미리트(UAE) 부동산 개발사 채권 시장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들어 UAE 회사채는 신흥시장 전체에서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부동산 관련 채권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주거 프로젝트 부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UAE 부동산 개발사들은 채권 시장 의존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란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두 도시가 위협받자 투자자들이 관련 채권을 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RBC 블루베이의 말콤 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상승 사이클이 갑작스럽게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시장이 2009년 두바이 부동산 시장 붕괴 사태의 재현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UAE 부동산 채권 발행액은 2024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한 70억달러(약 10조80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 역시 1~2월에만 27억달러(약 3조8880억원)가 발행되며 호황이 예상됐으나, 2주 전 발발한 전쟁으로 전망이 뒤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두바이에 본사를 둔 소브하 리얼티(Sobha Realty)가 작년 9월 발행한 5년 만기 녹색 이슬람 채권(수쿠크)은 이달 들어 8.5%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 2월 발행된 빙가티 홀딩(Binghatti Holding)과 아라다 디벨롭먼트(Arada Developments)의 5년 만기 수쿠크도 각각 7.8%, 6% 떨어졌다.
아퀼라 자산운용의 마누엘 몬디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벼운 조정은 예정돼 있었지만, 외국인 구매자들의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하락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쟁 이전부터 UAE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공급 급증으로 인한 가격 및 임대수익률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며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분쟁은 일부 거주자들의 공황을 유발하고 안정적인 금융·물류·관광 허브로서의 UAE의 국제적 명성을 훼손하며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에오간 맥도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우량 기업에 집중하고 위험도가 높은 다른 기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자신도 위험 관리를 위해 포지션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몬디아 매니저는 시장이 부채가 많은 빙가티 홀딩과 옴니야트 홀딩스(Omniyat Holdings)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채권 가격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주피터 자산운용의 쉬천 장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과거 시장 침체기에 운영 및 유동성 관리 능력을 입증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우량 개발사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막 프로퍼티스(Damac Properties)의 2027년 4월 만기 단기 채권은 이달 들어 달러당 2.5센트 하락에 그치며 선방했다. 반면 2029년 8월 만기 장기 채권은 5센트 가까이 하락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장기 채권의 가치는 섹터 전망에 달려있는데, 이를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