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제동이 걸렸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과 역내 석유 시설 폐쇄가 이어지면서 주요 선진국들의 비축유 방출 결정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유가 급등은 미국 경제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분쟁 시작 전 갤런당 3달러 미만에서 최근 3.60달러까지 치솟았다.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주 6%에서 이번 주 6.11%로 상승했다.

뉴욕 증시 역시 급락하며 자산가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억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상 중앙은행은 원자재 공급 충격에 따른 가격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지만,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이미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물가 안정을 위한 연준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빈센트 라인하트 BNY 인베스트먼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대응은 유가 충격의 '규모, 범위,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책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다음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3.75%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 유력하다. 시장의 관심은 새로운 정책 성명서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그리고 이번 사태가 물가·고용·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위원들의 전망에 쏠려있다.

이번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워시 지명자가 취임 직후인 6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수정하고 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12월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전혀 없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금리인하 시점을 올해 말을 넘어 2027년 후반으로까지 미루는 분위기다.

물가 우려와 달리 고용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 지난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9만2000개 감소해 예상 밖의 부진을 기록했다. 루크 틸리 윌밍턴 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료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며 "지금은 에너지 가격 충격을 감당하기에 경제 체력이 튼튼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