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국방 자금 지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총리가 우회로를 통해서라도 자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정면충돌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각료들에게 "정부 회의를 통해 폴란드군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야당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EU 국방 차관 도입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대응이다.

앞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을 통해 EU의 '유럽 안보 행동(SAFE)' 이니셔티브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437억유로(약 72조원) 규모의 EU 차관을 지원받을 최대 수혜국이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해당 프로그램이 미래 세대에게 서방 은행에 막대한 이자를 지불하게 하는 부채를 떠넘길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그와 연대한 민족주의 성향 야당 '법과정의당'(PiS)은 이 프로그램을 폴란드 내정에 간섭하려는 독일의 음모라고 비판해왔다.

반면 친EU 성향의 투스크 총리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저금리 차관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투스크 총리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국가 이익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며 "유럽 전체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 대신 기존의 군 기금을 활용해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 경우 국경수비대와 경찰에 배정됐던 약 70억즐로티(약 2조6928억원)는 규정상 집행이 불가능해지는 한계가 있다.

한편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중앙은행 금 보유고의 미실현 평가이익을 국방 자금으로 활용하는 대체 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투자가 지연될 수 있고 최근 중앙은행이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