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가가 대규모 내부자거래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현지 헤지펀드가 증권사 임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얻은 미공개 정보로 5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당국의 급습을 받았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와 염정공서(ICAC)는 최근 헤지펀드 인피니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브로커리지 업체인 중신증권, 국태군안 국제홀딩스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2017년 이후 홍콩 금융업계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다.

당국은 두 증권사 고위 임원들이 헤지펀드 소유주로부터 400만홍콩달러(약 7억4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고 여러 홍콩 상장사의 주식 매각 관련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피니 캐피털은 이 정보를 이용해 거래가 발표되기 전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 약 3억1500만홍콩달러(약 576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당국은 이번 작전으로 10여곳을 수색하고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피니 캐피털은 이전부터 홍콩 금융가에서 이례적인 투자 방식으로 주목과 의혹을 동시에 받아온 곳이다. 통상 투자은행이 관리하는 주식 대량 매매 협상을 기업과 직접 진행하는가 하면, 펀드가 보유한 자산보다 큰 규모의 베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격적인 운영 방식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위험 신호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고객알기제도(KYC)' 규정을 이유로 인피니 캐피털의 고객 계좌 개설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JP모건과 UBS 역시 수개월 전 이 회사와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 캐피털을 설립한 토니 친(40)은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독특한 수수료 모델과 공격적인 투자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2023년 중국 프로농구 리그에 참가하는 '홍콩 불스' 농구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링크드인 프로필에는 인피니와 농구단 창업자라는 이력만 기재돼 있어 헤지펀드 설립 이전 경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11년 3월까지 모건스탠리에서 1년 미만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15년 인피니를 설립한 그는 벤처캐피털, 상장주식, 사모펀드 등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인피니 캐피털은 지난해 중반 이후 최소 6개 중국 기업의 주식 매각에 단독 투자자로 참여했다. 모든 거래가 완료될 경우 총 137억홍콩달러(약 2조5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펀드 자산(4억달러 미만)을 수 배 뛰어넘는 수준으로,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한편 친은 지난해 12월 아부다비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홍콩 내 책임자 직위에서 물러났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아부다비 금융서비스규제당국 자료에 따르면 그의 현지 법인 이사 자격은 지난 1월 말 철회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