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해 저조한 가격 탓에 수확물을 보관해왔던 미국 농가들이 재고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서부 전역의 농부들은 급등한 가격을 이용해 저장고에 있던 옥수수, 대두, 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번지(Bunge)와 같은 주요 곡물 거래상과 에탄올 생산업체에 물량을 넘기는 한편, 아직 파종하지 않은 올해 수확 예정인 작물에 대한 선도 계약도 서두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인 부셸당 12달러를 넘어섰다. 옥수수 선물은 2025년 5월 이후, 밀 선물은 2024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전쟁 발발 이전보다 각각 약 6% 상승했다.

이번 가격 급등은 지난해 풍부한 공급량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과의 무역 전쟁 여파로 가격 하락을 겪던 농가에 예상치 못한 호재가 됐다.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2월 1일 기준 농가에 보관된 옥수수 재고는 전년 대비 14%, 대두는 2% 더 많았다.

일리노이주 맨해튼의 농부 데이브 케스텔은 로이터에 "농부의 행복한 춤을 췄다"며 지난해 수확한 옥수수와 대두의 약 40%와 올해 수확 예정 물량의 10%가량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바이오연료용 작물 가격을 끌어올렸고, 분쟁이 핵심 비료 수송에 차질을 빚게 한 점도 옥수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번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훌리오 가로스는 한 투자 행사에서 "현재 북미와 남미의 모든 곡물 엘리베이터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농가들은 이번 가격 상승이 치솟는 비료, 화학제품, 종자 비용을 충당하고 약간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농업 경제의 침체를 끝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농가들이 서둘러 판매에 나서는 이유다. 미네소타주에서 농사를 짓는 리처드 구스는 "가격이 정말 빠르게 올랐다"면서도 "오를 때보다 내릴 때가 훨씬 빠르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