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암호화폐 투자자가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에서 단 한 번의 거래 실수로 72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약 5300만원으로 날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더크립토베이직에 따르면 한 투자자는 디파이 플랫폼 에이브(Aave)에서 5000만달러(약 720억원) 상당의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거버넌스 토큰인 에이브(AAVE)로 교환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거래 완료 후 그가 받은 토큰은 324 AAVE로, 당시 시세 기준 약 3만7000달러(약 5300만원)어치에 불과했다. 사실상 원금의 99.9%에 달하는 약 4996만달러(약 719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번 사고는 시스템 오류가 아닌, 시장의 유동성을 초과하는 거대한 주문으로 인해 발생한 극심한 '가격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 최종 체결 전 에이브 인터페이스에는 '비정상적인 슬리피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표시됐다. 슬리피지는 주문한 가격과 실제 체결된 가격의 차이를 의미한다.
스타니 쿨레초프 에이브 설립자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거래 규모가 시장 유동성을 초과해 경고가 발생했다"며 "해당 투자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직접 위험을 확인하고 거래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에이브 엔지니어링팀은 추가 설명을 통해 문제가 단순 슬리피지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마틴 그라비나 에이브 엔지니어는 "시스템이 제시한 견적 환율에 이미 심각한 시장 불균형이 반영돼 있었다"며 "수수료 적용 전 5000만 USDT가 140 AAVE 미만으로 교환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약 99%의 가격 영향을 의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해당 견적을 수락하고 주문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쿨레초프 설립자는 에이브에 통합된 탈중앙화 거래 시스템 '카우 스왑'(CoW Swap)을 통해 거래가 처리됐으며, 인프라는 설계된 대로 정확히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가 이상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투자자에게 연락해 이번 거래로 발생한 수수료 약 60만달러(약 8억6000만원)를 반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유동성이 부족한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대규모 거래를 시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거액의 주문을 한 번에 처리하기보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소량으로 분할해 거래할 것을 권고한다. 쿨레초프는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극단적인 사용자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더 강력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