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픈AI가 미 국방부(펜타곤)와 손을 잡자 이에 반발한 핵심 인력들이 경쟁사로 이탈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가 펜타곤과 인공지능(AI) 모델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최소 2명의 고위급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 중 일부는 AI 안전성을 강조하는 경쟁사 앤트로픽으로 이직 의사를 밝히며 AI 업계 인재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픈AI 로보틱스팀의 하드웨어 부문을 담당했던 한 여성 직원은 회사를 떠나며 "정부와의 계약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져서는 안 됐다"며 "합의된 내용에 대해 더 많은 시간과 숙고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 직원 중 한 명이 앤트로픽의 가치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직을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재 이탈의 배경에는 'AI 안전성'을 둘러싼 기업 간 철학 차이가 있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설립 초기부터 '가치 중심 문화'와 책임감 있는 AI 개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해 정보기술(IT) 업계를 휩쓴 고액 연봉 경쟁과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 메타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를 영입했고 오픈AI는 이에 맞서 보너스와 주식 즉시 매각 허용 등으로 대응했다. 반면 앤트로픽은 이러한 연봉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음에도 높은 직원 유지율을 보이고 있다.

아모데이 CEO는 "앤트로픽에 있는 사람들은 오직 사명 때문에 이곳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회사의 가치관이 연봉보다 중요한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로 오픈AI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주말 동안 직접 사용자들의 질문과 우려에 답변하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반면 앤트로픽은 대중의 인식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앤트로픽의 챗봇 '클로드'는 지난주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며 한때 오픈AI를 넘어서기도 했다.

WSJ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AI 인재 전쟁이 연봉 경쟁을 넘어 기술의 '실질적 영향력'과 '윤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전쟁 무기나 주식 시장 등 현실에 깊숙이 통합되면서 개발자들이 자신의 기술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중요한 직업 선택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