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집안일을 소셜미디어(SNS) 콘텐츠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브레드메이커(Breadmakers)' 인플루언서들이 새로운 직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순응하는 '트래드와이프(tradwife)'와 달리, 가사노동을 통해 경제적 독립과 유연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대표적인 인물은 미아 애스틸(35)과 몰리 스콧(28)이다. 과거 제빵사였던 애스틸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청소나 요리 영상을 올려 유니레버의 도브, 청소기 제조사 샤크 등 브랜드로부터 건당 최대 900파운드(약 173만원)의 수익을 올린다. 스콧 역시 집 청소 영상을 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스콧은 블룸버그에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직장생활은 나와 맞지 않았다"며 "스스로 일을 만들어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얻었고 창의적인 불꽃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남편의 소득에 의존하며 가부장적 질서를 따르는 미국의 '트래드와이프' 현상과 구분된다. 정희정 킹스칼리지런던 여성리더십연구소장은 "트래드와이프는 공화당, 복음주의 기독교 등 보수적 가치관이 뚜렷한 미국적 현상"이라며 영국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롤모델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브레드메이커'의 등장은 젊은 세대의 직업관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18~34세 여성은 35~54세 여성보다 유급 노동이 정신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두 배 높았다. 사무실 복귀 의무화, 여성의 고위직 진출 정체 등도 기업 내 승진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단순히 집안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상 촬영과 편집, 브랜드와의 계약 협상, 콘텐츠 전략 수립 등 사실상 1인 기업가에 가깝다. 스콧이 올리는 '남자친구가 오기 전 30분 정리'라는 1분짜리 영상은 제작에 8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코린 로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부교수는 이들이 "젊은 여성들에게 거짓말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집이나 육아 방식에 대해 더 나쁜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사회적 불만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당사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보였다. 스콧은 "사람들은 이것이 순종적이거나 무급 노동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서 번 돈으로 다음 휴가 비용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애스틸 역시 "사람들이 나를 과소평가하게 두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