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이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 제출 요구를 강화함에 따라 우리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1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DI)은 '주요국의 산업부문 탄소 배출량 데이터 관리 제도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각기 다른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 데이터 제출 및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수출 대상 국가별 제도에 맞춰 데이터를 재가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KDI는 주요국의 데이터 관리 제도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 다배출 품목 수입 시 직·간접 배출량 제출을 요구하는 '수입품 내재 배출량 관리'가 있다. 미국은 국가 간 배출량 차이에 따라 과세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두 번째는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표기하는 '제품 단위 배출량 표기' 제도다. 유럽의 '카테나-X'나 일본의 '우라노스 에코시스템'과 같은 데이터 공유 플랫폼(데이터 스페이스)을 구축해 공급망 전체의 데이터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직접 배출(Scope 1)과 간접 배출(Scope 2·3) 총량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기업 단위 배출량 공시' 제도가 있다. 다만 EU와 영국은 시행 시기와 범위를 조정하고 호주는 제한적 면책 조건을 두는 등 기업의 이행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병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 방식도 협력사 자료를 단순 취합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탄소 배출량 데이터가 단순한 환경 지표를 넘어 수출 가능 여부, 제품 경쟁력, 기업 가치 평가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특정 부처가 아닌 '범부처' 차원의 관리 체계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데이터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도 제안했다. 데이터 교환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육성하고, 국내 배출권거래제(ETS) 실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협력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향후 구축될 '한국형 데이터 스페이스'에 쉽게 참여하고 각종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통 데이터 제출 양식 보급, 역량 강화 교육, 비용 보조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