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매력을 높이고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주식시장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장 규정 개편안을 발표하고 시장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차등의결권(WVR) 구조를 가진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차등의결권 기업의 최소 시가총액 요건은 기존 400억 홍콩달러(약 7조3728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200억 홍콩달러(약 3조6864억원)로 줄어든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장하는 차등의결권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과 매출 요건이 각각 기존 100억 홍콩달러와 10억 홍콩달러에서 60억 홍콩달러와 6억 홍콩달러로 하향 조정된다.
또한 시총 400억 홍콩달러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창업주 등의 의결권 비율을 기존 10대 1에서 20대 1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해 경영권 방어를 용이하게 했다. '혁신 기업'의 정의도 확대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진 비(非)기술 기업도 상장이 가능해진다.
홍콩에 2차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의 시가총액 요건도 특정 기업에 한해 기존 100억 홍콩달러에서 60억 홍콩달러로 완화된다. 이와 함께 미국 일반회계기준(U.S. GAAP)에 따른 재무 보고를 허용하고 모든 기업이 상장 심사 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안은 수년간의 부진을 딛고 홍콩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HKEX 자료에 따르면 홍콩은 2025년 IPO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으며, IPO 조달 자금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2869억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캐서린 응 HKEX 상장책임자는 "이번 제안은 2018년 상장 개혁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다"며 "당시 개혁은 홍콩 주식시장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혁신 기업 상장의 급증을 촉진했다"고 말했다.
HKEX는 이번 상장 제안에 대해 오는 5월 8일까지 시장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거래소 측은 "이번 제안은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의 정책 방향 및 시장의 의견과 일치한다"며 "차등의결권 상장 체제를 최적화하고 범중화권 발행사의 본토 귀환 상장 경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