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을 경유하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여행객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주째로 접어든 이란과의 분쟁으로 중동 영공 대부분이 폐쇄되면서 수만 건의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경로가 변경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생일대의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들은 항공편 재예약 등으로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등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주 서부 다르다넙에 거주하는 회계사 나타샤 얼 가족은 지난해 5월 예약한 5주간의 유럽 여행 계획이 어그러졌다. 중동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항공편을 변경하면서 약 1만 호주달러(약 1008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호주 시드니 인근에 사는 아디티야 쿠슈와하 역시 오는 4월로 예정된 가족의 유럽 여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여행을 취소할 경우 1만달러(약 1440만원)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다른 호주인 켈리 스미스는 1년 전부터 준비한 유럽 '꿈의 휴가'가 '악몽'으로 변했다며 약 5500 호주달러(약 554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에미레이트 항공 환불을 기다리며 중동 대신 아시아를 경유하는 캐세이퍼시픽과 콴타스 항공편을 급히 다시 예매했다.

중동은 유럽과 아시아·오세아니아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시리움 데이터에 따르면 에미레이트,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3대 항공사는 유럽과 호주·뉴질랜드 간 전체 승객의 절반 이상을 수송한다.

전쟁으로 이들 항공사의 운항이 차질을 빚자 여행객들은 중동을 피해 다른 노선으로 몰리고 있다. 영국인 존 무어(81) 부부는 수백 파운드를 추가로 지불하고 카타르항공 대신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콴타스 항공으로 호주행 항공편을 변경했다.

일부 여행객은 아예 목적지를 바꿨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수밋 샤르마는 두바이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홍콩으로 행선지를 변경했으며, 쇼바나 고팔 역시 오스트리아 여행 대신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러한 변화로 대체 항공사들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도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하는 유럽 노선 이용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홍콩 캐세이퍼시픽과 독일 루프트한자 등도 아시아 직항 노선 예약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항공업계 전반에 유가 상승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이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은 이르면 4월부터 항공유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