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 제출 요구를 강화하면서 우리 수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범부처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3일 '주요국의 산업부문 탄소 배출량 데이터 관리 제도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주요국 규제가 수입품, 제품 단위, 기업 단위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EU와 영국은 각각 2026년, 2027년부터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수입품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해 사실상의 '탄소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 또한 유사한 법안 도입을 논의 중이다.

제품 단위에서는 EU가 2024년부터 발효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을 통해 제품의 전 생애주기 배출량을 '디지털 제품 여권(DPP)'에 담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 단위로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 따라 2025년부터 공급망 전체 배출량(Scope 1~3) 공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 강화가 우리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데이터를 국가별·제도별로 다른 기준에 맞춰 재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수출 기업 205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7%가 'EU CBAM 관련 탄소 배출량 측정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범부처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탄소 배출량 데이터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에 분산 관리돼 신뢰성 확보와 국가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과 국제협력 강화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탄소회계 플랫폼 등 데이터 교환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기업을 육성하고, EU의 '카테나-X'나 일본의 '우라노스 에코시스템'과 같은 데이터 플랫폼과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미 KIEP 전문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파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공통 데이터 제출 양식 배포, 솔루션 사용 비용 보조 등 실질적 지원이 시급하다"며 "제도적 변화를 수출 경쟁력 향상과 새로운 친환경 시장 진출 기회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