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걸프협력이사회(GCC) 산유국들의 핵심 인프라를 직접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주력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유 수입의 60% 가까이를 의존하는 GCC 지역의 정세 불안이 심화하며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1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GCC 산유국으로의 중동 전선 확대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국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GCC 회원국의 정유시설과 항만 등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과 UAE 제벨 알리 항만 등 핵심 에너지·물류 인프라가 큰 피해를 봤다. 특히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중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GCC 국가들의 에너지 생산과 수출 활동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즉각적이고 치명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은 원유 수입 물량의 58.7%를 GCC에 의존하고 있다. KIEP는 글로벌 원유 시장이 초과 공급 상태라도 단기 생산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라 대체 수입처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산업 원자재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은 카타르산 비중이 68.2%에 달하며, 건설업계가 쓰는 석고는 74.1%를 오만에서 들여온다. 이외에도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48.4%), 백색 시멘트(41.0%) 등 GCC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출과 건설 부문도 직격탄을 맞았다. 승용차, 석유제품 등 주력 수출품의 판로가 막히고,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17.4%를 차지하는 GCC의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신규 수주 감소가 우려된다. 현지 자재 및 노동력 수급 불안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차질도 예상된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비축유 활용과 함께 대체 수입처를 시급히 모색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물류 경로 다변화에 따른 추가 비용 지원과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의 공기 연장 협의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유광호 KIEP 전문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이란이 GCC를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과거와 갈등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전쟁 향방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다각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