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속되는 원화 가치 하락과 환율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재원을 국내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3일 발표한 '환율 및 외환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최근 높은 수준의 원화 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거시경제 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해외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 등 외화로 바꾸는 수요가 늘면서 국내 외환시장의 순공급 규모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구원은 이러한 해외투자 확대가 경상수지 흑자와 풍부한 외화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처럼 소득수지 기반의 안정적인 경상흑자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언급했다.

이에 연구원은 해외투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면서도 외환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는 조화로운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대책으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돼 외환 순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단일 기관 중 해외투자 비중이 가장 큰 국민연금을 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직접 외화채권을 발행해 해외투자 재원을 마련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매수 수요를 줄여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규모를 키워 외환수급 변화나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참가자들의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