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가 중동 분쟁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예상 밖의 성장 정체를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영국의 1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1%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보다 후퇴한 수치이며, WSJ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0.2% 상승을 크게 밑도는 결과다.

영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분쟁 개입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가적인 성장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마스 퓨 RSM UK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의 제로 성장은 영국 경제가 에너지 위기에 진입하기 전 성장 동력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 정체는 가계와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에너지 요금 부담이 커진 가계는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신규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폴 데일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영국 경제 성장률은 0.1%에 그칠 수 있다"며 "이는 영란은행(BOE)에 또 다른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빠르게 식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 이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3.75%)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제 투자자들은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기 둔화는 2024년 중반 집권한 노동당 정부에도 큰 타격이다. 경기 부양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과 정부 부채 관리를 위한 고용세 인상 등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장 둔화는 세수 감소로, 국채 금리 급등은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정부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

향후 영국 경제의 향방은 에너지 충격의 지속 기간과 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에드워드 앨런비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충격이 단기에 그친다면 영란은행은 오는 4월이나 6월에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다"면서도 "충격이 지속되거나 확대된다면 통화정책위원회는 장기간 정책 동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