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가 중동 분쟁 격화 이전에 이미 동력을 잃고 멈춰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1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성장이 없는 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2% 성장을 점쳤던 전문가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이자, 조사에 참여한 모든 기관의 전망보다 낮은 결과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12월 0.1% 성장에 그친 바 있다.
이번 지표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서면서 영국 경제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충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영국 중앙은행(BOE)이 금리 인하를 연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서는 몇 주 전만 해도 유력했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오히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1월 성장 정체는 내부적인 요인이 컸다. ONS에 따르면 고용 관련 활동이 전체 성장률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는 채용 담당자들이 위축된 노동 시장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민간 주택 건설이 5.6% 급감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리즈 맥퀀 ONS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한 달간 성장이 전혀 없는 등 전반적인 상황이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WPI 스트래티지의 마틴 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가 거의 전진 동력 없이 2026년을 시작했다"며 "성장 여부는 이제 국내 펀더멘털보다 지정학에 더 좌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0.4% 하락한 1.3295달러에 거래됐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가계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예정된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