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암호화폐 규제 법안 처리가 다른 정치 쟁점에 밀려 최소 4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관련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존 튠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SAVE America Act)'을 처리한 뒤에야 암호화폐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이 우선 처리를 내세운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은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을 요구하고 투표 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여성과 청년, 소수 인종의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암호화폐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핀테크 스타트업과 디지털자산 기업들은 명확한 규제 지침 없이는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며 규제 공백이 혁신과 자금 조달, 신규 디지털 상품 출시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 투자를 주저하면서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규제안의 향방을 지켜보면서 신규 토큰이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클래리티 법안은 토큰화된 주식에 대한 감독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시장의 핵심 쟁점들을 다루고 있으나 세부 사항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한시적으로 금지할지 혹은 영구적으로 금지할지 여부 등도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이 암호화폐 산업에 유리한 법안 통과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백악관이 은행 및 암호화폐 업계 대표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이 명확한 규제를 갖춘 해외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튠 원내대표는 상하원 법안 조율 등을 거쳐 이르면 4월경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클래리티 법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2026년 중간선거 등 정치 일정이 변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