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러시아는 유가 급등에 따른 막대한 추가 수입을 올리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중동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백만 배럴의 원유 수송이 막혔으며,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연안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되는 등 분쟁 시작 이후 최소 18척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이 여파로 12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마감했으며,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 하락했고 스톡스 유럽 600 지수도 0.5% 넘게 내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분쟁 시작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새롭게 임명된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12일 첫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고 걸프만 내 미군 기지를 계속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이란이 미국에 고통을 줌으로써 향후 유사한 공격을 막으려는 '억지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단기전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이란의 대응이 유가를 급등시키고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백악관이 결국 이란 핵 프로그램 해체 여부와 관계없이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하는'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러시아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다. FT는 러시아가 유가 상승으로 하루 최대 1억5000만달러(약 2160억원)의 추가 재정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의 할인 폭이 줄고, 중국과 인도로의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 추가 수입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증한 러시아의 재정 적자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FT는 현재의 수입 증가가 재정 상황을 근본적으로 뒤집기에는 아직 부족하며, 현 상황이 최소 수개월은 지속돼야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 관련 지출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 수익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급등은 다음 주 예정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횟수가 줄고, ECB는 오히려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