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주가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 결국 전략비축유 방출이라는 비상 조치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보웬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7억6200만리터를 시장에 방출한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 내 비축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호주 정부는 12일 60일간 한시적으로 휘발유 품질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황 함유량 상한을 기존 10ppm에서 50ppm으로 높여, 정제 과정에서 해외로 수출되던 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해 매달 1억리터의 추가 연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촉발됐다. 호주는 소비하는 석유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며 상당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공급망 불안에 매우 취약하다.

실제로 호주 내에서는 운전자들이 주유소로 몰리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농산물 운송을 디젤 트럭에 의존하는 지방 농업 지역의 타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석유 비축량은 이달 초 기준 30일치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 기준인 90일분에 크게 못 미친다. IE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비축량은 49일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었다.

로이터의 금융 논평 섹션인 '브레이킹뷰스'는 이번 사태가 느린 에너지 전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신차 판매량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해 유가 급등과 공급 불안에 따른 고통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신차의 거의 절반, 트럭의 20%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했다. 로이터는 이란 사태가 전기차 보급 등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