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엔지니어링 대기업 ABB가 수년간의 사업 매각 기조를 끝내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여러 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며 공격적인 성장 전략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터 보저 ABB 회장은 취리히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저 회장은 "재무상태표와 매년 창출하는 현금 흐름, 로봇 사업부 매각으로 유입될 50억달러를 고려하면 대형 거래를 한 건 이상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ABB가 지난해 소프트뱅크에 로봇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집중해온 이후 M&A를 통한 성장 가속화로 전략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저 회장은 향후 M&A가 전기화, 모션, 자동화 사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저 회장은 시가총액 약 430억달러(약 61조9200억원)에 달하는 프랑스 전기 장비 제조업체 르그랑(Legrand) 인수 추진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으나, "미래에 그 정도 규모의 거래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그는 과거 42억달러(약 6조480억원)에 인수한 모터 제조업체 발도(Baldor)와 유사한 규모의 거래가 더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저 회장은 중동 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는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며 에너지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분쟁이 끝나더라도 정유시설 재가동 등 에너지 공급망이 완전히 복구되려면 한두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시장과 관련해서는 AI 연산 지원을 위한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수익 모델 없이 부채로 운영되는 일부 AI 기업들이 생존하지 못할 수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 신용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온 보저 회장(67)은 내년부터 이사회 개편을 시작할 계획임을 시사하며, 70세가 되는 2028년 자신의 퇴임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