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유럽을 덮쳤으나, 각국 정부가 심각한 재정 부담으로 인해 3년 전과 같은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국제 유가가 120달러에 육박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 각국 정부가 가계와 기업 지원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3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수천억 유로에 달하는 보조금과 지원책을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와 달리 현재 유럽 경제는 심각한 부채 문제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프랭크 길 EMEA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코로나19 대유행과 2022년 에너지 위기를 거치며 유럽 경제 전반의 재정 적자가 2019년 대비 약 3%포인트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세는 4년 전보다 둔화했고 이자 비용과 국방비 지출은 늘어 재정 여력이 크게 줄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일단 재정 부담이 적은 '저비용' 대책을 우선 내놓고 있다. 프랑스, 그리스, 폴란드는 유가 상한제와 이윤 폭 제한, 할인 등을 도입했으며 독일도 유가 규제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정 투입에는 신중한 태도다. 영국은 유류세 동결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며 프랑스는 야당의 부가가치세(VAT) 인하 요구를 일축했다. 이탈리아만이 유가 상승으로 늘어난 부가세 수입을 유류세 인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유럽연합(EU)의 재정 규칙을 준수하면서 각국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지원 규모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EU 재정 규칙이 유예됐던 2022~2023년 지원 규모가 GDP의 3.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그레구아르 페스크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투자자들이 재정 건전성 악화에 민감해졌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나라도 대규모 재정 지출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장의 처벌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의 재정 취약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높은 재정 적자를 기록 중인 프랑스와 영국이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재정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안으로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 등이 거론되지만 지난 2022년에도 횡재세 수입은 보조금 비용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