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웨덴은 인구 대비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을 유럽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지만, 이들 중 70% 이상이 해외 매각이나 해외 증시 상장을 통해 스웨덴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스웨덴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연결성을 갖췄고, 이후 50개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스포티파이(Spotify)의 다니엘 에크, 클라르나(Klarna)의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 등 대표 창업가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공공연하게 목표로 제시하면서 후배 창업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 음료 회사 오틀리(Oatly)와 자율주행 트럭 업체 아인라이드(Einride) 등 다수 기업이 미국 자본시장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비즈니스랩의 이사벨 쾰런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미국 델라웨어에 법인을 세우는 것을 야망의 신호로 여긴다"며 "미국으로 건너가면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웨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사나랩스(Sana Labs)는 지난해 가을 미국 기업 워크데이(Workday)에 약 11억달러(약 1조5840억원)에 인수됐다. 요엘 헬레르마르크 사나랩스 CEO는 인수 전부터 "모든 면에서 미국이 기술 기업에 더 나은 환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부 기업은 스웨덴 잔류를 택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3억3000만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66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러버블랩스(Lovable Labs)가 대표적이다. 안톤 오시카 CEO는 "스톡홀름에서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인재 자석이 될 수 있다"며 본사를 스웨덴에 두는 것을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 등은 미국의 매력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내 자본시장 통합과 법률 시스템 조화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국가의 거래소, 통화, 규제 시스템이 얽혀 있어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현지 금융권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나섰다. 단스케방크는 이달 초 북유럽 스타트업에 30억크로나(약 4737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도 지난 2월 스톡홀름에서 AI 관련 행사를 주최하며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에 힘을 보탰다.
스웨덴 정부 역시 연간 4600만달러 예산의 AI 전략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헬레르마르크 CEO 등 주요 창업가들은 기술 전문매체 시프티드에 기고한 글을 통해 "유럽 정부들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야심 찬 AI 전략만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스웨덴의 복잡한 행정 시스템과 외국인 인재 유치를 가로막는 비자, 주택 문제 등을 지적하며 "지연되는 매 순간이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하는 창업자를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