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아동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하는 온라인 포르노 산업에 칼을 빼 들었다. 관련 범죄가 증가하자 의회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현재 '범죄 및 치안 법안'에 대한 6개 수정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는 포르노 사이트가 출연자의 연령을 확인하고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하는 내용과 의붓가족 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이른바 '스텝 인세스트' 콘텐츠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입법 추진은 온라인 포르노의 폐해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민단체 '제너레이션 포커스'의 연구 결과 10대 청소년 10명 중 4명이 학교에서 포르노를 본 경험이 있으며, 청소년 3분의 2가 평균 13세에 처음으로 성인물을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포르노 콘텐츠의 90% 이상이 여성을 향한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담고 있다.
특히 이러한 극단적 콘텐츠가 실제 범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런던 시민 세라 에버라드 살해 사건과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의 연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은 모두 극단적인 포르노를 상습적으로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포르노 사이트 '폰허브'를 소유한 아일로는 과거 영국이 연령 확인 제도를 도입하자 영국 신규 사용자의 접속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한 바 있다. 이 회사의 전신인 마인드긱은 2018년에만 4억6000만달러(약 66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영국에 본사를 둔 '온리팬스'는 이미 자체적으로 극단적 콘텐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23년 11월까지 1년간 6억5800만달러(약 9475억원)의 세전 이익을 기록했다. 과거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아동 성 학대 영상 유통을 문제 삼아 결제 서비스를 중단하자 폰허브가 전체 콘텐츠의 80%를 삭제한 사례도 있어, 업계의 자정 노력과 외부 압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업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위험하고 저급한 포르노 근절에 단호하다"고 밝혔으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질적인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 등과 연대한 국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