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약 1440조원) 규모로 성장한 사모크레딧 시장 곳곳에서 균열음이 감지되면서 제2의 금융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팟캐스트 '언헤지드'를 통해 사모크레딧 시장의 위험성을 집중 조명했다. 사모크레딧은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시장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했다.

최근 사모크레딧 시장에서는 경고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파트너스그룹 의장은 향후 몇 년 내 사모크레딧 부도율이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와 클리프워터는 일부 사모크레딧 펀드의 환매를 제한했으며 JP모건체이스도 관련 대출을 줄이는 등 위험 관리에 나섰다.

이러한 불안감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부상이 자리 잡고 있다. FT는 AI가 소프트웨어나 전문 서비스 산업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해당 기업들의 미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상당수가 사모크레딧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모펀드 소유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사모크레딧 펀드의 구조적 취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분기별로 펀드 자산의 5%까지만 환매를 허용하는 '세미 리퀴드(semi-liquid)' 구조를 갖고 있다. 환매 요구가 이 한도를 넘어서면 인출을 막는 '게이트'가 내려지는데 이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대출 기관들의 연쇄 부실이 터져 나오다 결국 대형 금융위기로 번진 바 있다.

다만 2008년과 달리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FT는 "2007년에는 고위험 자산을 고레버리지 상태의 은행이 보유했지만 지금은 레버리지가 훨씬 낮은 사모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충격 흡수 장치가 더 크기 때문에 '통제된 폭발'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레버리지가 얼마나 될지는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포트폴리오 건전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블랙스톤 경영진이 사재를 투입해 환매 요구에 대응하는 등 시장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