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의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차등의결권(WVR) 상장 요건 중 최소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100억홍콩달러에서 60억홍콩달러(약 1조1044억원)로 낮추는 제안을 발표했다. 최소 수익 요건 역시 10억홍콩달러에서 6억홍콩달러로 하향 조정된다.

이번 조치는 2018년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대대적인 개편이다. 이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 압박을 받는 중국 대기업들을 홍콩 증시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창업주나 경영진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홍콩거래소는 이번 개편안에서 시가총액 400억홍콩달러 이상인 기업에 한해 우호 지분의 최대 의결권 비율을 기존 1대 10에서 1대 20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한 모든 기업이 상장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더 넓은 범위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오는 5월 8일까지 진행된다.

홍콩거래소는 설명 자료를 통해 "우리의 제안은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의 정책 방향 및 시장 피드백과 일치한다"며 "차등의결권 상장 제도를 최적화하고 중국 본토 기업의 상장 경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홍콩이 IPO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홍콩은 2025년 세계 최대 IPO 시장 지위를 탈환했으며, 현지 금융 당국에 따르면 2026년 들어서도 40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홍콩 증시에는 총 26개 기업이 차등의결권 구조로 상장돼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5조6500억홍콩달러에 달한다. 이 중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 바이두, 징둥닷컴 등 상위 5개사가 전체 가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한편 홍콩 금융당국은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과 별개로 시장 부정행위에 대한 단속은 강화하고 있다. 최근 홍콩 규제 당국과 반부패 기관은 2개 대형 증권사와 헤지펀드 매니저가 연루된 3억1500만홍콩달러(약 576억원) 규모의 내부자 거래 및 부패 혐의로 8명을 체포하는 등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