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 본사를 둔 현금 부자 기업들이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지난 11일 일본 니덱(Nidec) 주식 6.74%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는 니덱의 회계 부정 사태로 드러난 부실한 지배구조와 나가모리 시게노부 창업자의 강력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중요 제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아시스의 공세는 니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펀드는 계측기기 제조사 호리바 제작소의 지분 9.9%를 확보하고,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호리바 아쓰시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호리바 제작소가 강력한 반도체 사업을 보유했음에도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며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요구했다.

오아시스는 과거 교세라를 상대로도 비주력 사업 철수와 정책보유주식 축소를 요구한 바 있다. 교세라는 창업주인 고(故)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실적이 부진해 2025년 3월 마감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급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교토 기업 특유의 경영 문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가우치 아쓰시 와세다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기술에 대한 고집이 강한 창업자가 톱다운 방식으로 경영하는 것이 교토 기업의 특징"이라며 "조직이 커져도 지배구조가 취약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펀드 밸류액트 캐피털 역시 교토의 다카라 홀딩스 지분을 14.8%까지 늘리며 경영 개입을 본격화했다. 밸류액트로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검토와 지배구조 강화 요구를 받은 다카라 홀딩스는 지난 2월 자회사 다카라바이오를 공개매수(TOB)를 통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와카스기 마사히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교토 기업들은 오너 기업 분위기가 남아있고 현금이 풍부해 표적이 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아시스 측은 니덱이 높은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췄음에도 현재 주가가 '본질적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교토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조직적인 경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가우치 교수는 "카리스마 경영자 개인에 의존하는 경영에서 조직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직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