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완벽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오타'나 '비문'이 부와 권력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나 그래머리(Grammarly) 등 문법 교정 도구의 보편화로 흠 없는 글쓰기가 쉬워지자, 오히려 약간의 실수가 섞인 글이 'AI를 거치지 않은 인간의 직접적인 생각'이라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사소한 오타를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만큼 바쁘고 중요한 인물임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WSJ는 잭 도시 블록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소문자로만 작성한 해고 공지 메모, 데이비드 엘리슨 스카이댄스 미디어 CEO가 동명이인인 데이비드 재슬러브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CEO에게 자신의 이름을 'Daivd'로 잘못 쓴 문자 메시지 등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매체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메일 역시 끔찍한 오타로 가득했지만, 그와 교류한 유력 인사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권력층에게는 서면 의사소통의 결점이 용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CEO처럼 이메일 쓰기' 유행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당시에도 CEO들은 격식 없이 즉각적으로 짧게 답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무례하게 비칠 수 있었지만, AI 시대에는 오히려 진정성을 담보하는 수단이 된 셈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AI가 작성한 완벽한 글은 '성의 없는 대량 생산품'처럼 느껴질 수 있는 반면, 사람이 직접 쓴 투박한 글은 더 개인적이고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실수가 담긴, 손으로 직접 타이핑한 이메일은 AI 필터 없이 생각을 직접 전달할 만큼 신경 쓴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말 중요한 이메일을 보내고 싶다면 오타 몇 개를 넣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