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시장 공급 충격을 야기하고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진단이 나왔다.

IEA는 12일(현지시간) 월간 시장 보고서를 통해 "중동에서의 전쟁이 세계 원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의 화물선 공격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IEA는 보고서에서 3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800만배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내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이끌었던 공급 과잉 상태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차질은 원유 생산과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여러 정유 및 가스 처리 시설이 공격이나 안전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수출 지향 정유사들이 제품 저장 탱크가 가득 차면서 가동률을 줄이거나 전면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IEA가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발표 이후 유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JP모건 분석가들은 비축유 방출이 기껏해야 일시적인 완화책에 그칠 것이며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이라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길목이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날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 항구 간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을 미국산으로 제한하는 해상운송법인 '존스법'의 효력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IEA는 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군사적 충돌이 해결될 때까지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IEA는 "분쟁이 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궁극적인 영향은 군사 공격의 강도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의 지속 기간에 결정적으로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