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에서 눈병 치료에 사용됐던 모유가 현대 의학에서 안구건조증의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안과 약리학 및 치료학'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1550년경 기록된 고대 이집트 의학 문서 '에베르스 파피루스'의 처방에 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고 과학매체 IFL사이언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눈의 피를 제거'하거나 '시력을 여는' 치료법으로 모유를 눈에 넣는 처방이 네 차례 등장한다. 특히 '아들을 낳은 여성의 젖'을 사용하라고 명시했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여신 이시스가 아들 호루스를 양육한 신화와 관련된 주술적 의식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처방이 주술이 아닌 과학적 효능에 기반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람의 모유에는 표피성장인자(EGF), 전환성장인자알파(TGF-α),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등 다양한 성장인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성분들이 중증 안구건조증(DED) 치료에 쓰이는 '자가 혈청 안약'에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자가 혈청 안약은 환자 본인의 혈액으로 만드는 전문 치료제다. 안구건조증은 전체 인구의 최대 17%가 앓는 흔한 질환이지만 이 치료제는 영국 기준으로 4개월분이 약 1100파운드(약 212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연구진은 모유가 고가의 자가 혈청 안약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아직 인체 대상 임상시험은 없지만, 일부 동물실험과 관찰 연구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람의 모유가 각막 표면의 상처 치유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숙아의 눈에 초유를 발랐을 때 결막염 발생률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모유 속 면역글로불린과 라이소자임의 항균 작용 덕분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구진은 모유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윤리적 문제와 공급의 어려움을 고려해 소의 초유(bovine colostrum)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인간 대상 연구가 수행되기 전까지 우유 유래 제제의 안구 사용은 안전성과 표준화, 규제 감독을 전제로 실험 환경에 국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