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급등을 촉발하며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지만, 섣부른 매도보다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으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대부분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2022년 여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부 분석가들은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유가 장기화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난제다.
이러한 우려 속에 시장 변동성은 극심해졌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오전에 9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가 장 후반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는 등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여러 차례 연출했다. 다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불과 4%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모든 급락을 극복하고 회복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앤서니 사글림베네 아메리프라이즈 수석 시장 전략가는 "극심한 변동성은 투자자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시점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견실한 장기 매수 진입점을 제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다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 지난 월요일 S&P 500 지수가 오전에 1.5% 하락했을 때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는 오후에 0.8% 상승 마감한 회복장의 혜택을 놓쳤을 것이다. 증시 역사상 최고의 상승일 중 일부는 하락장 속에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세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조언한다. 은퇴까지 수십 년이 남은 젊은 투자자들은 시간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갖고 있어, 주가 하락을 '세일 기간'으로 삼아 꾸준히 자산을 모아갈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은퇴가 가깝거나 이미 은퇴한 투자자들은 시장이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 지출이나 인출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하락장에서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역할도 흔들리고 있다. 통상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 가격이 오르던 미국 국채는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했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 역시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매력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