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란 타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밝혔다.
12일(현지시간)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BC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이는 이라크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받아 최소 1명이 사망하고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라이트 장관은 "모든 군사 자산이 현재 이란의 공격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업을 파괴하는 데 집중돼 있다"면서 "(호위 작전은) 비교적 빨리 일어나겠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달 말까지는 호위 작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개시 이후 유조선 호위와 선사에 대한 재보험 제공을 약속하며 시장 안정을 꾀했으나 실제 호위 작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라이트 장관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군이 호위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가 게시물을 삭제하고 백악관이 이를 부인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란이 걸프만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새로운 공격에 나서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이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내 에너지 기반 시설을 포함한 목표물 타격 역시 공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휘발유 가격보다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큰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므로 유가가 오르면 많은 돈을 번다"고 언급했다.
한편 IEA 회원국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미국은 1억7200만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라이트 장관은 이 물량이 1년 내에 2억배럴로 전략비축유(SPR)에 다시 채워지는 '스와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공급망에 대한 시장의 공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유조선 호위 작전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산 해상 원유에 대한 일부 제재를 완화하고 인도가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일시적 면제를 허용했다. 라이트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이를 '현실적인 해법'이라 칭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러시아 대통령 특사가 플로리다에서 미국 측 협상가들과 만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