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전통적인 '소분자 화합물'이 다시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희귀의약품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중인 고가치 희귀의약품 상위 20개 중 45%가 소분자 화합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단일클론항체(2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소분자 화합물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희귀의약품 중 소분자 화합물은 버텍스의 '트리카프타', 비원메디슨의 '브루킨사' 등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질병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 도입, 그리고 표적 접근성·편의성·제조·비용 측면에서 소분자 화합물이 갖는 본질적 장점 덕분에 R&D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유망한 소분자 화합물 신약 후보로는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이 개발 중인 범-RAS 억제제 '다락손라십'이 꼽혔다. 이 약물은 췌장암 분야에서 2032년까지 40억달러(약 5조7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레볼루션은 이를 바탕으로 로열티 파마로부터 최대 2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 중인 희귀의약품 중 순현재가치(NPV)가 가장 높은 약물 역시 소분자 화합물이었다. 코셉트 테라퓨틱스(Corcept Therapeutics)의 '레라코릴란트'는 NPV가 약 140억달러(약 20조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 약물은 쿠싱증후군 관련 허가 신청이 반려되는 등 희귀의약품 개발에 내재된 규제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치료 분야별로는 항암제가 2025년 기준 전체 희귀의약품 매출의 38%를 차지하며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보고서는 자가면역, 심혈관, 혈액,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로 노바티스의 애비디티 바이오테크놀로지스 인수(120억달러), 존슨앤드존슨의 인트라-셀룰러 테라피스 인수(146억달러) 등 대규모 M&A 사례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세금 공제, 수수료 면제, 시장 독점권 등 제도적 유인책 덕분에 희귀의약품 R&D의 핵심 동력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경우는 5%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이밸류에이트는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이 2032년까지 4000억달러(약 576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하며 전체 전문의약품 매출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