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규제된 상품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으나, 전통 금융자산과 암호화폐 자산을 연결하는 인프라 부재로 '자본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비인크립토에 따르면 데이비드 마틴 클리어 스트리트 디지털자산 최고매출책임자(CRO)는 홍콩에서 열린 '리퀴디티 서밋 2026'에서 이같이 밝혔다. 클리어 스트리트는 기관 투자자에게 여러 시장의 자산을 통합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금융 인프라 기술 기업이다.
마틴 CRO는 기관 자금이 규제된 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옵션 미결제약정은 약 380억달러에 달해, 기존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 강자였던 데리비트(320억달러)를 넘어섰다. 2026년 1월 기준 IBIT의 비트코인 옵션 시장 점유율은 52%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현물, 주식, 파생상품 시장에 걸쳐 분절되어 있다는 것이 마틴 CRO의 진단이다. 그는 "현재 시장에는 코인베이스 주식을 담보로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매수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자본 효율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암호화폐만 보유하던 대형 암호화폐 자산운용사들은 현재 포트폴리오의 25~30%를 전통금융 관련 주식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두 자산군을 교차 담보로 활용할 메커니즘이 없어, 파생상품 거래 등을 위해 주식을 먼저 매도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마틴 CRO는 이 격차를 해소할 방안으로 클리어 스트리트와 같은 전통 금융 기업이 자산 간 이동 통로를 만드는 것과,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가져오는 '토큰화'를 꼽았다. 그는 "결국 암호화폐는 또 다른 자산군이 될 것이며 다른 자산과 중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중앙화금융(DeFi)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 역시 기관의 시장 참여를 막는 또 다른 병목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명확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기관들은 디파이가 제공하는 잠재적 수익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마틴 CRO는 향후 시장의 향방에 대해 "자본 효율성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요약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현재 인프라가 제공하는 것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기업이 시장의 다음 단계를 정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