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을 막으려는 시도를 강화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9.0% 급등한 배럴당 100.28달러를 기록했다. 커먼웰스은행(CBA)의 비벡 다르 애널리스트는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가와 정제유 가격이 역사상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위험이 있다"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은 유가보다 LNG 공급망 붕괴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중동에서 LNG를 공급받는 아시아 경제권이 다른 공급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인도, 대만, 태국이 재고 비축일수가 적고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아 LNG 공급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는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과 같은 대체 연료를 찾거나 산업 부문 소비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의 비상 비축유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IEA는 공급 문제 해결의 열쇠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재개에 있다고 인정하며 이는 임시방편임을 시사했다. BOK 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보이기 전까지는 가격의 실질적인 안정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흐름 차질이 기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고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66달러에서 71달러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차질이 30일간 이어질 경우 4분기 평균 유가가 76달러, 60일간 지속될 경우 93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주식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뱅크오브싱가포르는 보고서를 통해 "원유 가격 변동성 확대가 주식 가치 평가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세계 최대 수준의 전략 비축유를 확보한 중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에 잘 견딜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얼마나 지속될지가 향후 유가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EA의 비축유 방출에도 불구하고 공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에너지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