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높은 양육비용이 아니라, 성공적인 부모 역할에 대한 사회 엘리트층의 비현실적인 기대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계급 전쟁이 출산율에 도달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맨해튼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저자 헨더슨은 현대 사회에서 육아의 정의가 과거와 달라진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과거 세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자녀를 양육했지만, 오늘날 부모들은 문화 엘리트들이 용납하는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칼럼은 1960년대 고소득 전문직 가정도 자녀들이 방을 공유하고 자동차 한 대로 생활하는 등 현재 기준으로는 검소하게 살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각종 과외 활동, 해외 스포츠 캠프, 개인 교습, 비싼 대학 등록금은 물론 스마트폰과 해외여행 경험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는 자녀를 양육할 경제적 여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올바른 방식'으로 키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다는 분석이다.

칼럼은 출산을 기피하는 '반출생주의'가 일종의 '사치적 신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유층은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더라도 난자 냉동, 불임 치료, 유급 육아 도우미 등 다양한 대안을 가질 수 있어 그 여파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학계, 언론계, 재계 등 엘리트 집단에 속한 여성들이 경력 중심의 삶을 우선시하며 '자녀는 부가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진보 엘리트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여성의 삶은 경력 목표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대 페미니즘의 모순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비용 자체가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비싸진 것이 아니라, 엘리트층이 만들어낸 기대치가 비현실적으로 높아진 것이 문제라고 칼럼은 꼬집었다. 이로 인해 평범한 삶의 일부였던 육아가 사치스러운 프로젝트로 변질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