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과 독일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동 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유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악화시키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주 만에 최고치인 4.251%까지 치솟았고 유럽 개장 초 독일 10년 만기 분트채 금리는 2.963%를 기록하며 약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XEM의 압델아지즈 알보그다디 시장 리서치 매니저는 보고서에서 "중동의 긴장 고조와 공급 차질이 에너지 가격을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를 키워 금리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 역시 "구체적인 긴장 완화 신호가 없어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광범위한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고물가 속에서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유가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럽 지역의 성장률과 물가, 중앙은행 정책 전망치를 수정했다. 2026년 2분기 유로존의 연간 물가상승률 정점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이 60일간 중단되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달하는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4.4%까지 치솟고 ECB가 6월부터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씨티그룹 전략가들은 오는 일요일 시작되는 프랑스 지방선거도 채권시장이 주목해야 할 변수라고 조언했다. 이번 선거가 2027년 프랑스 대선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가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시되고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프랑스 국채(OAT)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