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과거 오일쇼크 시기 투자 포트폴리오의 '방어막' 역할을 했던 에너지주 비중이 급감해 시장 충격에 대한 완충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의 갈등으로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과거와 달리 이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는 주요 주가지수에서 에너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이란 혁명으로 원유 수출이 마비됐던 1980년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내 에너지주 비중은 약 30%에 육박했다. 당시 지수 상위 10개 기업 중 8개가 에너지 관련 기업이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1990년에도 이 비중은 13%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초 기준 S&P 500 내 전체 에너지주 비중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수 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 한 종목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3년 전만 해도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엑손모빌의 현재 비중은 1%에 그친다.

에너지 섹터의 이러한 축소는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열광하며 화석 연료를 외면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년간 이어진 변동성 높은 수익성과 재투자 기회 부족이 원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대신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WSJ는 지난 10년간 포트폴리오에 에너지주를 '보험' 성격으로 편입하는 전략이 오히려 전체 수익률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가 심각한 약세장을 촉발하고 에너지주가 충분히 상승한다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보험료를 지불한 가치를 증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